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한겨레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민주노총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경영을 ‘먹튀 경영’이라 규정하며 2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대형 유통사를 인수한 후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단기 차익만 챙기고 일자리는 내팽개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초에도 비슷한 사례가 몇 건 있었는데, 이번 건은 규모가 워낙 커서 충격이 크다. 예를 들어, 작년에 인수된 한 중견 유통기업도 1년 만에 점포 30%를 정리하고 1000명이 넘는 직원을 내보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때도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그 규모가 20배에 달하니 사회적 파장이 다르다.
사실 나는 자영업자라서 대기업 일자리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가게도 지역 상권에 묶여 있고, 대형 마트가 문 닫으면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걸 체감한다.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 그 주변 상권은 십중팔구 위축된다. 결국 내 일자리와도 연결된 문제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동네에 있던 대형 할인점이 폐점한 후, 주변 상가의 매출이 평균 40% 감소했다는 상인회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 할인점이 사모펀드에 인수된 지 2년 만에 문을 닫았는데, 인수 직후부터 직원 감축과 상품 구성 축소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 사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일자리의 질’이라는 개념이다. 단순히 일자리 숫자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일자리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어떤 조건에서 유지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2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건 단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가정의 생계, 지역 경제, 소비 심리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유통업 일자리 하나가 사라지면 연쇄 효과로 지역 내 1.5~2개의 추가 일자리가 위험에 빠진다고 한다. 2만 명이면 3~4만 명의 간접 고용 피해가 우려된다.
작년에 지인 하나가 대형 마트에서 15년 근무하다가 권고사직을 당했다.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긴 했지만, 50대 초반에 재취업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더라. 그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자리’라는 게 단순한 수익원이 아니라 사람의 정체성과 삶의 리듬을 지탱하는 버팀목임을 실감했다. 그는 15년 동안 그 마트에서 일하며 고객과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고, 퇴사 후에는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에게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요즘 유통업계는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같은 플랫폼 덕분에 소비자는 편해졌지만, 오프라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그런 구조적 변화에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추구가 겹쳐서 터진 폭발 같은 사건이다. 정부도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인수 시 고용 유지 조건을 법으로 강제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도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규제가 미비하다.
사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일자리’라는 주제가 너무 거대하게 느껴져서다. 나는 작은 가게 하나 운영하면서 직원 두 명과 함께 일하는 정도지만, 그래도 지역 일자리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의 일자리 문제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내 가게 직원들도 각자 가정이 있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자리 안정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내 가게 직원들에게도 장기 근무를 권장하고,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해고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사업주가 그런 건 아니다. 특히 사모펀드는 원래 구조조정으로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니까, 일자리보다 회계상 숫자가 먼저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부동산 매각과 점포 축소를 통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행태는 ‘일자리 파괴자’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지금 막막할 것이다. 2만 명이면 작은 도시 하나가 사라지는 규모다. 그들의 불안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하다. 나도 한때 직장 다닐 때 구조조정 공포를 겪어봤다. 당시에는 ‘회사가 망하면 나는 어쩌지’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친 적도 있다. 그 경험 때문에 지금도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경영 상황을 공유하고,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해 함께 준비하고 있다.
지역 경제 관점에서 보면, 홈플러스 점포가 문을 닫으면 그 자리를 메울 새 일자리가 바로 생기지 않는다. 빈 건물은 몇 년째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상권이 무너지면 주변 자영업자들도 줄도산할 위험이 커진다. 결국 모든 일자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 점포 하나가 폐점하면 그 안에 입점한 작은 매장 30~50개도 함께 문을 닫아야 하고, 물류센터와 협력업체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는다. 이렇게 연쇄 실업이 발생하면 지역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차원의 규제나 지원이 필요하다.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자리 보호 조건을 의무화한다든지, 대량 해고 시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장 논리’라는 이름으로 약자가 희생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최근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재계의 반발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고 한다. 시민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더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가 ‘일자리’의 의미를 좀 더 따뜻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숫자와 효율성만으로 사람의 삶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홈플러스 사태가 단순한 경제 뉴스로 끝나지 않고, 더 나은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는 앞으로도 내 가게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고 기록할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블로그에 글 하나 쓰는 것도 작은 저항 같은 느낌이다. 아무리 큰 문제라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일자리 관련 트렌드를 계속 지켜보고 기록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