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사

고려인 청소년 멘토링, 그 작은 연결의 힘

요즘 부쩍 고려인 동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 멘토링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는데, 선배가 후배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는 내용이 참 인상 깊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작은 고려인 마을이 있어서 그런지 유독 관심이 간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걸어오다 보면 고려인 식당과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저녁이면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겹다. 그런데 그 풍경 속에서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자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한인 사회에서도 이주 1세대와 2세대 사이의 괴리가 있듯, 고려인 사회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특히 언어와 문화의 이중고 속에서 학업과 진로를 준비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고려인 청소년 멘토링, 그 작은 연결의 힘

사실 평소엔 일자리나 자영업 정보 위주로 글을 쓰지만, 가끔은 이렇게 사회 이슈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멘토링 얘기를 들으니 문득 내가 20대 초반에 진로 고민으로 헤맬 때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선배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창구가 마땅치 않아서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전전하며 정보를 모았다. 그 경험이 지금 내가 일자리 정보를 정리해 공유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때 나는 ‘길을 알고 있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몰랐다. 단순히 진로 정보뿐 아니라, ‘이 길을 걸어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줄어들었다. 고려인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선배의 존재가 그 자체로 롤모델이 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실제로 지인이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고려인 고등학생은 “선배님이 의대에 합격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단순한 학습 지원을 넘어서는 정서적 지지가 멘토링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고려인 청소년들은 언어와 문화 차이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텐데, 연합뉴스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멘토링 프로그램이 실제로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정부 지원도 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 고려인은 약 8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청소년 비율이 상당하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인데, 멘토링은 그 교육의 사다리 역할을 한다. 특히 고려인 청소년들은 러시아어나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어 학습에 어려움을 겪지만, 멘토링을 통해 언어 장벽을 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 멘토링 프로그램의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 학생의 70%가 한국어 능력이 향상되었고, 60%가 진로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이런 수치는 멘토링이 단순한 호의를 넘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직접 멘토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지인 중에 고려인 가정을 돕는 분이 있다. 그분 말로는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단순한 학습 지원보다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길을 안내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용기를 얻는다는 얘기에 공감이 갔다. 나도 블로그를 통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한 번은 고려인 청소년이 내 블로그에 댓글로 “어떤 직업이 안정적인지 모르겠다”고 질문한 적이 있다. 나는 당시 관련 정보를 정리해 답변을 달았는데, 그 후 그 학생이 “답변 덕분에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블로그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멘토링처럼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라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멘토링 외에도 위키백과의 고려인 문서를 보면, 이주 역사가 150년 가까이 되지만 여전히 정체성과 적응 문제를 안고 있다.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교육과 일자리가 핵심인데, 멘토링이 그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하다. 역사적으로 고려인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후에도 고유의 문화를 지켜왔지만, 한국으로 다시 이주하면서 새로운 적응 과제에 직면했다. 특히 청소년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한다. 멘토링은 이러한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고려인 대학생 멘토는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후배들이 겪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멘토링에 참여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고려인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멘토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법률이나 행정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전문 자문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체류나 취업 관련 문제가 생기면 마약전문변호사상담 같은 법률 서비스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고려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각지대가 많다. 특히 비자 문제나 노동권 침해 같은 법률적 이슈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멘토링 프로그램이 이런 부분까지 커버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정보를 제공하거나 관련 기관을 연결해 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의 평점을 굳이 매기자면 8점 정도 주고 싶다. 완벽하진 않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작은 씨앗이 큰 변화를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더 확대되어 고려인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다문화 가정 청소년에게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 특히 다문화 가정 청소년의 대학 진학률이 전체 평균에 비해 낮다는 통계를 고려할 때, 멘토링은 그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관심과 참여가 더해질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작은 영감이 되었으면 한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다면, 비록 거창한 멘토링이 아니더라도 한마디 조언과 관심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앞으로 고려인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찾아보려 한다. 작은 연결의 힘을 믿기에, 그 연결이 사회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